“일반 계란 가격의 2배. 하지만 가치를 알아주는 분들은 이 가격도 고맙다 하시죠.”(인천 강화 ‘소원농장’ 최광헌 대표)
7일 뉴스1에 따르면 동물복지 산란계를 키우는 ‘소원농장’의 닭들은 계사 밖으로 나와 땅의 볏짚을 쪼고 있었다. 소원농장의 닭들은 이처럼 하루에 일정 시간 동안은 계사를 나와 앞마당에서 바람도 쐬고, 먹이도 먹는다.

계사 안에서도 닭들은 횃대에 올라가 있거나 자신의 의지대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계사에는 긴 창문을 두어 닭들이 햇빛이 알리는 자연적인 시간에 따라 알을 낳고 잠을 잘 수 있게 했다.

2년 전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했다는 최 대표는 일반 농장과 가장 큰 차이로 “닭들을 A4용지 크기의 좁은 공간에 가두는 케이지(cage)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케이지 없이 닭들이 무리 생활, 사회생활을 한다. 본능대로 충실히 생활하면서 면역력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더 건강한 닭으로 자랄 수 있다. 우리 농장의 계란은 이런 건강한 닭들이 낳은 산물인 셈이다.”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에 대해 그는 ‘시대의 변화’를 먼저 들었다.
“아주 예전에는 배고픈 시절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싸게, 많이 생산하는 것이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지금은 하나를 먹더라도 좀 더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동물 복지를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물복지 농장으로 전환하게 됐다.”
이에 더해 최 대표는 동물복지 계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케이지 사육 달걀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우리 판매량이 그에 미치지는 못한다. 하지만 매출은 꾸준히 느는 추세다. 현재 유기농 빵집 2곳에 납품도 하고, 새벽배송 서비스로도 판매한다.” 

◇ 동물복지농장 꾸준히 늘어…산란계는 이미 10% 넘어

소원농장처럼 동물복지를 선택하는 농장들은 점차 느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2년부터 산란계 농장을 시작으로 돼지, 소, 오리 등 다양한 축종 농가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2018년 한 해 신규 인증된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56개소. 전년 대비 36.6%나 증가했다. 작년말 현재 우리나라 동물복지 농장은 모든 축종을 합쳐 198개소에 이른다. 그중 산란계 동물복지농장은 이미 10%를 돌파했다. 

동물복지 농장 인증을 받기 위한 기준은 축종에 따라 구별되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농가들과 비교해 더 넓은 사육면적을 확보해야 하고 동물을 가두는 배터리 케이지, 스톨(돼지 고정틀) 사용이 제한된다. 산란계의 경우 ㎡당 9마리 이내 사육 조건을 충족해야 하고 바닥에 까는 깔짚과 횃대 등의 상태를 따져야 하는 식이다.

지금은 동물복지 농장의 고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손님을 끄는 고깃집들도 생겼다.  그중 ‘월화고기’는 동물복지 농장의 돼지고기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음식점이다.
“구제역, 콜레라 같은 질병이 기존의 사육 방식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연스레 동물복지 돼지고기를 찾게 됐다. 비싼 값에도 동물복지농장에서 사육한 고기를 쓰는 이유는 좁은 사육시설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항생제에 의존하는 사육 방식이 결국 사람에게도 좋지 못할 거란 생각 때문.”(월화고기 관계자)

◇ ‘가격 경쟁력’ 풀기 쉽지 않은 숙제

하지만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거나 동물복지 농장의 생산물로 가게를 운영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 경쟁력이다. 소원농장 최 대표가 설명하는 깔짚의 사례는 동물복지 농가의 생산품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계사 바닥에 닭들이 좋아하는 깔짚을 깔아줘야 하는데, 대부분 쌀의 껍질인 왕겨를 사용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쌀은 살충제를 쓰기 때문에 닭의 깔짚으로 쓰기에 문제가 된다. 그래서 살충제를 안 쓰는 친환경 농가의 왕겨를 따로 찾아 쓰지만, 정비소 공정 과정에서 다른 농가의 왕겨와 섞일 수밖에 없어 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는 이어 “다른 동물복지 농장주는 동남아에서 야자수 껍질을 공수해오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산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최 대표는 ‘소비자들이 동물복지 농장 계란의 가치를 알아주는 것’이 일반 계란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비록 일반 달걀의 2배 가격이지만 이 가치를 알아주시는 분들은 이 가격에라도 팔아주는 것이 고맙다고 말씀하시기도 한다. 동물복지농장이 있고, 이렇게 길러지는 닭들과 생산물이 있다는 걸 소비자들이 많이 알아주시는 것 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죠.”

◇ 양돈·젖소 동물복지농장은 아직 0.2%·0.1% 불과

여전히 많은 농장 동물들은 동물복지와 먼 공장식 축산 방식으로 길러진다. 닭들은 날개를 펼 수 없는 A4용지 면적의 배터리 케이지에서 알을 낳고, 어미 돼지들은 몸을 돌리지 못하는 틀에 갇혀 출산과 수유를 반복한다.

필연적으로 비위생적인 환경과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동물들은 면역력이 나빠져 질환에 걸릴 가능성도 커진다. 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지속해서 발생하는 가축 전염병 문제의 원인으로 공장식 축산이 거론되는 이유다. 이런 문제 때문에 동물복지 농장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동물복지 농장은 대부분이 산란계에 집중되어 있다. 양돈, 젖소 등 다른 축종들의 인증 비율은 현저히 낮은 현실이다. 전체 농장들 중 동물복지농장 비율은 산란계가 11.7%에 올라선 반면, 양돈이나 젖소는 각각 0.2%, 0.1%에 불과하다.
사진출처: 동물권보호단체 ‘카라’

농장에서 길러진 이후 도축 과정까지 생각한다면 남아있는 숙제는 더 많다. 동물보호법에서 운송이나 도축 과정에서 동물복지를 추구하도록 명시해두기는 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유명무실한 상황이기 때문.
인증 과정을 거친 동물복지 도축장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는 소·돼지 3개소와 육계 3개소 등 총 6개소에 불과하다. 다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제2차) 동물복지 5개년 계획’에 농장 동물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축산에서의 동물복지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어미 돼지 고정틀(스톨) 사육 기간을 제한하는 등 동물복지 축산 기준을 마련하고, 가축 운송 차량·도축장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농장 동물의 복지를 위해서도 계속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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