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애견협회(The Kennel Club, 일명 KC)는 영국 왕실의 지원 하에 운영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개 등록기관 중의 하나다. 각 나라마다 애견협회는 있으나 지난 1873년 설립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협회이기도 하고, 세계 최초로 개 족보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영국애견협회가 지난 2005년부터 개 사진가 공모전을 매년 열어온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뭐니뭐니해도 개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고, 그래서 ‘인간과 개의 유대’라는 주제에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것.

올해로 14회를 맞은 ‘올해의 개 사진가 공모전'(Dog photographer of the Year)에는 개를 주제로 한 사진전 중 세계 최대 규모 행사다. 지난해엔 무려 90개국에서 1만점 이상이, 올해도 70개 넘는 나라에서 7천점 넘는 작품이 응모됐다. 해마다 그 인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개 사진가 공모전’은 모두에게 문이 열려 있다. 연령 제한이 없어 11세 미만 어린이부터 참가 가능하다. 사진 작가 아닌 일반인도 응모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영국애견협회 소속 사진작가, 큐레이터, 반려견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성인부 어린이부 등 총 10개 부문의 수상작을 선정한다.

‘대상’에다 ‘노견’ 부문 1위는 <꿈꾸는 멀린>(Dreaming Merlin)

모든 사진/영국 애견협회(The Kennel Club) 제공

스위스의 사진 작가 데니스 치코키(Denise Czichocki) 씨는 14살 난 스패니얼 멀린의 모습을 담았다. “집 근처에 예쁜 목련나무가 있길래 찍어보았다”고. 마치 한 마리 백마, 혹은 흰옷 입은 천사가 내려앉은 것같은 멀린은 귀가 들리지 않는 노견. 치코키 씨는 “그래도 내게 멀린은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 준, 현명하고 카리스마 있는 반려견”이라고 말한다. 

‘노견’ 부문 2위는 <마음만은 젊다>(Young at Heart)

이 사진의 주인공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베일리(Bailee). 견주 캣 레이스(Cat Race) 씨는 천진난만한 노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통나무 위에 올라 머리만 내밀고는 간식 달라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이 마치 어린 강아지같아 보였다”고. 전보다는 느려진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모험을 즐기는 베일리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사진이다.

‘도우미견’ 부문 1위는 <영혼의 위로>(Soul Comforter)

독일 사진작가 안젤리카 엘렌트(Angelika Elendt)는 양로원을 찾은 도우미견 릴리(Lily)를 렌즈에 포착했다.  작품명은 릴리가 소속된 자선단체 이름(The Soul Comforters — Animals Help People)에서 따온 것. 치매 노인이 릴리를 무릎에 앉힌 채 껴앉고 털을 쓰다듬는 순간을 담았다. 우울증까지 겹쳐 주변에 늘 무관심하던 노인이 릴리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면 인간과 개의 깊은 유대를 느낄 수 있다. 

‘도우미견’ 부문 2위는 <누워서 일하기>(Laying Down on the Job) 

사진작가 트레이시 알라드(Tracy Allard)는 공인된 반려견 훈련사다. 그는 자신이 배출한 치료견 중에서도 특히 보스코(Bosco)가 이 일에 타고난 재주를 보인다고 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의 스트레스, 긴장을 푸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 특히 아이들과의 케미가 좋다. 이 사진은 실제 학교에서 근무 중(?)인 보스코의 활약을 담았다.

‘노는 개’ 부문 1위는 <더러운 개>(Dirty Dog)

이 작품은 네덜란드 작가 모니카 메이든(Monica van der Maden)의 ‘더러운 개'(Dirty Dogs) 연작 중 하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예쁘고 깔끔한 사진 대신 진흙 위를 즐겁게 구르는 개를 찍었다. 보기만 해도 웃음 지어지는 사진들 중 하나.

‘노는 개’ 부문 2위는 <같이 줄넘기해요!>(Let’s jump rope together!)

헝가리의 사진 작가 졸탄 케스케스(Zoltan Kecskes)는 반려견 레블(Rebel)과 견주 케이틀린(Kathleen)의 단란한 순간을 담았다. “반려견 훈련사 케이틀린이 레블에게 온갖 재주를 가르치는 영상을 보고 이들을 촬영하기로 결심했다”는 것. 이 둘이 얼마나 높이 뛰는지 부각되는 각도를 찾기 위해 고심한 끝에 탄생한 작품.

‘일하는 개’ 부문 1위는 <성실한 동료 일꾼>(The Loyal Co-Workers)

캐나다 도린 샤펠(Dorine Scherpel)은 좁은 시골길을 걷다가 자신을 보고 반갑게 짖어대는 강아지와 맞닥뜨렸다. “비록 전문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익숙한 시골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친구들이 보면 좋아하겠다는 생각에 셔터를 눌렀다”고. 일하느라 바쁜 견주 입장에서 순수하고 열의에 빛나는 눈을 한 반려견은 최고의 파트너가 아닐까?

‘일하는 개’ 부문 2위는 <야생화 핀 언덕에서>(Among Hills and Heather)

영국 케이티 비언(Katie Behan)은 헤더꽃에 둘러싸인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 벨(Belle)을 찍었다.  평소 호숫가 언덕에 오르기 좋아하는 벨의 평소 모습을 그대로 드러난 작품.  보랏빛 야생화가 우거진 풍경이 아름답다. 활달한 벨이 잠깐 멈춘 순간을 기가 막히게 포착했다. 

‘청소년 (12-17세) 작가’ 부문 1위는 <취침 시간>(Doggy Bed Time)

미국의 12세 소녀 머라이어 모블리(Mariah Mobley)는 반려견 세 마리 중 제일 ‘끼쟁이’인 코비(Koby)를 모델로 삼았다. “물구나무도 설 정도로 재주가 많고, 사진 찍히기도 좋아해 이런 사진이 나올 수 있었다”고.

‘청소년 (12-17세) 작가’ 부문 2위는 <평화와 고요>(Peace and Quiet)

헝가리의 루카 곰보스(Luca Gombos)는 처음으로 떠난 가족 휴가의 추억을 담은 사진으로 이 상을 차지했다. 더위에 지쳐 가족 모두 깜빡 잠 든 사이 시트에 얼굴을 묻고 쉬고 있던 반려견 리아(Lia)를 찍은 것. 루카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순간을 영원히 기록하고 싶었다”는 멋진 소감을 남겼다.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 부문 1위는 <교감>(Connected)

영국 사진작가 캣 레이스(Cat Race)는 어느 여름 저녁, 일정을 마치고 저수지를 거닐던 반려견 잉카(Inka)와 견주 애니 메이(Annie-May)가 소통하는 찰나의 순간을 잡아냈다. 별다른 설명 없이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보는 순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진.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 부문 2위는 <하얀 치즈케이크>(White Cheesecake)

러시아 알렉산드라 노비츠카야(Alexandra Novitskaya)는 동물사진 전문작가. 이 사진은 치즈케이크(Cheesecake)라는 이름의 개와 광고 사진을 촬영한 날 찍은 작품이다. 낯선 장비에 둘러싸여 긴장하던 개는 견주가 오자 언제 그랬냐는듯 편안함을 되찾았다. 그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아 그로서는 이례적으로 견주도 함께 카메라에 담은 것.

‘초상’ 부문 1위는 <사랑스러운 살루키>(Honey Saluki)

러시아의 아나스타샤 베츠코스카야(Anastasia Vetkovskaya)는 아름다운 하운드(사냥개)의 모습을 담았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가까이 다가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어서 촬영에 무척 애를 먹었다”고. 결과물만 놓고 보면 그만한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었던 듯하다.

‘초상’ 부문 2위는 <거울>(Mirror)

오스트리아 리아 푸즈커(Ria Putzker)는 비온 뒤 물이 고인 웅덩이에 비친 개의 모습을 담았다. 사진 속 모델은 작가의 친구가 키우는 펌킨(Pumpkin)이라는 이름의 카타훌라 레오파드(Catahoula leopard dog)다. “물이 잠잠해지기까지 30초 정도 기다려서 이런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고.

‘노는 개’ 부문 1위는 <어린 쌍둥이>(The Little Twins)

네덜란드 모니카 반 더 메이든(Monica van der Maden)의 작품이다. 놀랍게도 사진의 배경은 네덜란드의 한 쇼핑몰. 반려견 훈련사와 함께했기 때문인지 메이시(Macy)와 비노(Vino)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촬영에 임했다.

‘새끼 강아지'(생후 6개월 미만) 부문 1위는 <아버지와 아들>(Father and Son)

카를로스 알리페티(Carlos Aliperti)는 토디(Toddy)와 테드(Ted) 부자의 단란한 한 때를 담았다. 하지만 2018년 10월 22일, 토디(Toddy)가 독살당한 이후 이 사진은 가슴 아픈 추억으로 남아 있다. “현재 반려견을 네 마리나 키우고 있지만 토디 상실의 아픔은 쉬 가시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구조견 후원’ 부문 1위는 “핀타스틱”(Finntastic)

오스트리아 사진 작가 앤 게이어(Anne Geier)는 반려견 핀(Finn)의 이름을 딴 “핀타스틱”(Finntastic)을 출품했다. “지난해 함께 떠난 휴가 당시 찍은 사진”이라고. 핀은 2014년, 루마니아에서 구조되어 게이어 가족의 일원이 됐다. 그 이후로 게이어는 차분하고 찬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핀의 매력에 푹 빠져 열혈 댕댕맘이 됐다. 

‘구조견 후원’ 부문 2위는 <호기심>(Curiosity)

중국의 티안항 장(Tianhang Zhang)은 애견 보호소에서 버려진 개를 모델로 사진을 찍었다. 개들은 카메라에 호기심을 보이며 붙임성 있게 다가왔다. 장 작가는 “그 모습이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았다”고 그 당시를 회상한다. 지금은 세 마리 모두 새 보금자리를 찾아 행복하게 살고 있다. 

‘어린이(11세 이하) 작가’ 부문 1위는 <바다와 개>(Sea Dog) 

미국의 사빈 월포트(Sabine Wolpert)는 반려견 조지(Georgie)가 2살일 때부터 꾸준히 사진을 남겼다. 이 사진은 집 근처 해변에서 찍은 것으로 머리에 해초를 올려 바닷가 분위기를 연출했다. 

‘어린이(11세 이하) 작가’ 부문 2위는 <음악 하는 메이시>(Maisie’s Music)

어린이 부문 2위에는 7세 소녀 에일리드 섀넌(Eilidh Shannon)이 이름을 올렸다. 언니 커스틴(Kirsten)이 연주하는 클라리넷 소리에 맞춰 노래하는 반려견 메이시(Maisie)의 모습을 담았다. 다만, 오빠 유안(Euan)의 드럼 소리에는 일체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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