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호주 시드니에선 보유 동물만 2천 마리가 넘는 대형 동물원(Sydney Zoo)이 개장했다. 호주에서 가장 많은 파충류, 야행성 동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데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겨냥한 아쿠아리움까지 갖춘 민간 시설.

특히 호주에 이만한 규모의 대형 동물원이 들어선 것은 지난 1916년 개장했던 ‘타롱가동물원'(Taronga Zoo) 이래로 100여 년만에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그 규모보다는 동물원 개장 그 자체에 대한 논란 때문에 더욱 화제다. 전 세계적으로 동물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는 새대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 한때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사랑받던 동물원의 인기는 동물권 인식이 높아지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실제로 하락세를 걸어왔다.

최근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호주를 비롯한 서구에선 이번 시드니동물원 개장을 계기로 동물원의 존재 이유에 대한 찬반 양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동물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시드니동물원 측의 해명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는 셈이다.

동물원 폐지론자들의 주장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마크 베코프(Marc Bekoff) 명예교수는 동물원 폐지론자로 잘 알려져 있다.

동물원 측이 아무리 동물 복지에 신경 쓴다 한들 철창 속 동물들은 스트레스, 공포, 무력감에 시달린다는 것. 실제로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의 수명이 야생 코끼리에 비해 짧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세계동물보호단체(World Animal Protection)의 벤 피어슨(Ben Pearson)도 한 가지 맹점을 꼬집었다.정부의 지원과 감독을 받는 시립동물원이야 그렇다 쳐도 재정적으로 취약한 사립동물원은 동물권의 사각지대라는 것. 사립동물원이 파산하면 동물들은 바로 갈 곳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동물원의 존재 의의

사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시드니 대학교(Sydney University) 수의학과 교수 데이비드 팔렌(David Phalen)은 실용주의 노선을 걷고 있다.

동물원이 야생 동물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아니라는 점은 그도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도시에서 동물을 접할 기회는 동물원뿐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동물원 방문이 관람객들이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동물원 운영의 모범 사례

동물 보호에 힘쓰는 동물원도 많다. 예산의 10%를 동물 보호에 쓰라는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The World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 권장 사항 때문.

1916년 설립된 타롱가동물원(Taronga Zoo, 시드니 위치-편집자 주)은 동물 복지, 동물 보호에 앞장서는 곳으로 유명하다.타롱가동물원은 66명으로 구성된 동물 복지·동물 보호 전담팀을 꾸려 매년 50마리의 바다거북을 방생하고 있다. 또한 벨린저강거북이(Bellinger River turtle)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보존한다.

다른 형태의 혁신을 시작한 곳도 있다. 포틀랜드동물원(Portland Zoo)은 사자 우리에 공 뿌리는 기계를 설치했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공을 타깃 삼아 잠자는 사냥 본능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한 것. 동물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아직은 요원한 변화

사진 출처:클립아트코리아

베코프 교수는 인공 번식(자연적으로는 개체 수를 유지하기 어려운 생물들을 통제된 환경에서 번식시키는 것. 인위적으로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이루어진다-편집자주) 중단을 최우선 과제로 꼽는다. “동물은 새끼 낳는 기계가 아니니 교미 상대는 스스로 고를 수 있게 하라”는 것.

이에 타롱가 동물원 측은 “호주의 지역적 특성상 인공 번식이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미국, 유럽과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데다 관련 규제가 심해 호주 내부에서 번식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치열한 논란 속에도 관람객 성황 이룬 시드니 동물원

앞으로도 동물원 폐지론은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베코프 교수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만으로도 교육 효과는 충분하다”면서 “동물원이 관람객들에게 주는 유일한 메시지는 ‘동물을 철창에 가두어도 좋다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논란이 오히려 홍보 효과로 이어진 걸까? 지난 주말, 시드니동물원(Sydney Zoo)은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시드니동물원은 과연 비판론자들 우려를 불식하고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